생활/사례
모든 죽음 / 헤르만 헤세
착한마녀오드리
2019. 6. 7. 09:53
난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난 앞으로도 다시 죽게 될 것이다.
나무에서 목석 같은 죽음으로 죽고,
산에서 돌 같은 죽음으로 죽고,
모래 속에서 진흙이 되어가며 죽고,
바스락거리는 여름 풀밭에서 낙엽이 되어 죽고,
그리고 불쌍하고, 처참한 인간의 죽음.
꽃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나무와 풀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물고기와 사슴, 새와 나비
그 어떤 형태가 되었든
제일 마지막으로는
인간의 고통을 향한
그리움이 나를 잡아 채리라.
오, 떨리도록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여
불끈 쥔 주먹의 그리움이
인생의 양극을
서로 구부릴 수만 있다면!
다시, 그리고 또 다시
죽음에서 탄생으로 날 몰아갈 텐데.
고통스러운 새로운 탄생.
아름다운 새로운 탄생.
출처 ; 책 <어쩌면 괜찮은 나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