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신체적 정신적 건강

생후9개월과 노인생애 마지막 9개월

착한마녀오드리 2019. 6. 19. 12:58

고등 포유동물의 경우 임신기간은 보통18개월이다.

특히 말의 경우가 그러해서 망나니는 태어나자 마자 걸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해서 나온다.

 

인간의 태아는 머리통이 아주 빨리 자라기 때문에 아홉 달이 되면 어머니의 몸 밖으로 나와야 한다.

 

결국 아기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채 자립할 수 없는 상태로 태어난다.

태아가 밖에서 보내는 첫 아홉 달은 어머니 뱃속에서 보낸 아홉 달을 똑같이 되풀이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차이가 있다면 액체 속에 있다가 공기 중으로 옮겨가는 것 뿐이다.

 

아기가 공기 중에서 첫 아홉 달을 보내기 위해서는 태아 때처럼아기를 보호해 줄 또 다른 배가 필요하다.

그것은 심리적인 배이다.

 

아기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 갑자기 달라진 환경 속에 놓이게 된다.

아기는 마치 산소텐트 속에 들어가야 하는 重火傷者와 다름없다.

어머니와의 접촉, 어머니의 젖, 어머니의 촉감, 아버지의 입맞춤 등이 아기를 보호해 주는 산소텐트인 셈이다.

 

 

 

생후 9개월 동안 아기가 자기를 감싸서 보호해 줄 견고한 고치를 필요로 하듯이

노인도 임종을 맞기 전의 9개월 동안 자기를 감싸줄 심리적 고치를 필요로 한다.

 

그 9개월은  노인이 초 읽기가 시작되었음을 본능적으로 깨닫는 아주 중요한 기간이다.

노인은 자기 생애의 마지막 아홉달을 보내면서

마치 스스로를 출발점으로 되돌리듯이

자기의 지식과 늙은 살가죽에서 벗어나 생후 얼마 동안의 성장과정을 역으로 되밟는다.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노인은 아기나 다름없다.

죽을 먹고 기저귀를 차는가 하면,

이가 빠지고 머리 숱이 적어지며,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다만, 사람들은 아기들을 생후 9개월 동안 보살펴 주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면서도,

노인 생애의 마지막 9개월 동안을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아기들에게만 어머니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어머니와 같은 사람,

'심리적인 배'의 역할을 하는 유모나 간호원 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은 죽음이라는 최후의 탈바꿈을 준비하는 노인에게

그 탈바꿈에 꼭 필요한 고치를 마련해 줄 수 있도록 깊은 배려를 보여야 한다.

 

출처; <개미>5권 556~557쪽 중에서,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